투명한 정치자금제도 없는 정치개혁은 허구다.
Journalist : 공정포럼 | Date : 02/03/22 11:04 | view : 523020     
 

성명서




투명한 정치자금제도 없는 정치개혁은 허구다




우리는 지난 2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불법정치자금거부 결의와 3월 3일의 김근태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의 불법경선자금 사용에 관한 양심고백, 그리고 이후 이어진 정동영, 조순형 의원 등의 양심고백에 접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깨끗한 정치를 갈망해온 우리로서는 그간 거의 모든 정치인이 너나없이 외쳐온 '정치개혁'의 구호가 국민을 기만하는 허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분노한다.



전경련의 불법정치자금 거부 결의는 이제까지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알고 있었던 재계의 관행적인 불법정치자금 제공을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을 이제 와서 정치권에만 돌리려는 것은 정치권과 결탁하여 각종 이익을 얻어 왔던 재계로서는 양심적인 처사라고 볼 수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정치권과 재계는 음흉했던 동반관계를 과감히 청산하고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풍토를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김근태 상임고문 등의 양심고백은 그 동안의 한국정치가 대의명분과 정책, 정치인들의 정치적 능력보다는 부정한 돈과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의 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들의 양심고백이 정치권에 신선한 도전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정치생명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국정치의 집단적 이기주의와 고질적 후진성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출범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자금제도는 민주주의 발전 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적 부패를 정당화하는 법률적 외피로 남아있다. 그 결과 한국의 대표적인 정당들은 돈줄을 거머쥔 소위 실세중심의 사당으로 전락하여 민주주의를 심화시켜나갈 능력을 상실한 가운데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고백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든 간에 불법정치자금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바이다. 더 나아가 정치권은 부정한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부끄러운 정치풍토가 개선되기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하루속히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정치자금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 동안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정치자금법 개정요구와 대안제시를 묵살해 온 여야 정치권이 이번에도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조만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여야 정치권은 먼저 국민에게 심대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끼쳐온 것에 대해 깊히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알맹이 없는 언어구사로 국민을 우롱해오던 처사를 즉각 중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자금제도를 구체적으로 정착시킴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길만이 진정한 정치개혁을 일구어낼 수 있는 첩경임을 천명한다.



우리의 요구

1. 여야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그간의 정치자금 모금 및 사용내역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법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 사죄하라.

2. 불법정치자금 거부를 결의한 재계는 그간 정치인들에게 제공해 온 불법 정치자금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고 그 대가로 부당한 이득을 취해온 사실이 있다면 이를 사과하라.

3. 정부는 이제까지 집행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사용내역을 실질적으로 조사하여 법이 정한 용도 외에 유용한 국민의 세금을 즉각 환수하라. 아울러, 국민정서에 현저히 반하는 국고보조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라.

4.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여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정치자금의 기부, 수령, 사용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라.

5. 각 정당은 그간 부당한 정치자금에 의존한 조직관리를 과감히 포기하고 정책과 비전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당원과 후원자의 자발적인 지원과 참여 외에는 정당의 존립근거가 없다는 점을 직시하라.



2002년 3월 20일

공의정치포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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